지난 9일 미국 국방부(DoD)가 구글의 생성형 인공지능 모델인 제미나이를 기반으로 한 ‘GenAI.mil’ 플랫폼을 공식 출범했다는 뉴스는 그냥 보면, 추가적인 빅테크 AI 기술 도입사례로 보일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하게만 볼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펜타곤에는 이미 팔란티어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사마 빈 라덴을 추적하던 숨 막히는 작전에서부터, 지금 이 순간에도 우크라이나의 대평원에서 벌어지는 전투에 이르기까지, 팔란티어의 ‘고담(Gotham)’과 ‘AIP(Artificial Intelligence Platform)’는 미군의 전지전능한 눈이자 귀, 그리고 뇌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팔란티어는 전장의 모든 데이터를 연결했고, 누구를 타격해야 전쟁을 끝낼 수 있는지를 수학적으로 계산해 냈습니다.그런데, 이렇게 ‘전장의 신’에 가까운 시스템을 보유한 미 국방부가, 왜 굳이 보안에 대한 우려와 할루시네이션(환각)이라는 치명적인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구글의 거대 언어 모델을 국방 시스템의 또 다른 핵심 축으로 세웠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죠.
단순히 최신 유행하는 기술을 도입하려는 시도라거나, 빅테크 기업의 로비력이 작용했다는 식은 말도 안되는 말들이구요, 이 결정에는 현대전이 요구하는 두 가지의 모순된 가치, 즉 ‘물리적 정밀성’과 ‘인지적 유연성’을 동시에 달성하려는 펜타곤의 치밀하고도 미래지향적인 전략이 있다고 봅니다. 미 국방부는 하나의 만능 AI를 찾는 것이라기 보다는, 인간의 뇌가 좌뇌의 논리와 우뇌의 직관으로 이루어져 있듯, 팔란티어라는 차가운 ‘좌뇌’와 구글이라는 유연한 ‘우뇌’를 결합하고자 하는겁니다.
– 물리학의 전장과 심리학의 전장
두 시스템이 공존해야만 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기능의 중복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다르다는 점입니다. 전쟁은 미사일이 날아다니는 물리학의 법칙이 지배하는 공간인 동시에, 적의 의도를 읽고 아군의 사기를 조율해야 하는 심리학과 인문학이 충돌하는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팔란티어가 지배하는 세계는 엄격한 결정론(Determinism)의 세계입니다. 고담(Gotham) 은 데이터 통합, 정제, 온톨리지 구축을 통해 파편적 데이터를 연결하는 근본적인 임무를 수행하고, AIP는 고담이 구축한 구조 위에서 동적인 행동 레이어로서 데이터에 기반한 통제된 행동을 실행하는걸 지원합니다. 이런 식으로 팔란티어는 전장을 하나의 거대한 데이터베이스로 바꿉니다. 이 세계에서 탱크, 소대, 미사일, 보급품은 다 고유한 식별 코드를 가진 ‘객체(Object)’이며, 전부 명확한 ‘속성’과 ‘관계’로 정의됩니다. 팔란티어의 눈에 비친 세상에 모호함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A 센서가 적을 감지했다는 데이터는 참 아니면 거짓이며, 적이 사거리 안에 들어왔다면 발사 명령 코드가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인과관계에는 빈틈이 없어야 하죠. 연료가 부족하면 전차는 멈추고, 미사일 재고가 없으면 발사할 수 없다는 물리적 진실, 바로 그 ‘하드 팩트(Hard Fact)’를 수호하는 것이 팔란티어의 임무입니다. 실수나 착각이 용납되지 않는 물리적 실행의 영역에서 팔란티어는 대체 불가능한 절대적 권위를 가집니다. 그래서 국방 같은 영역에서 더욱더 권위를 내세워 온겁니다.
그런데, 반면에 GenAI.mil이 만들어갈 세계는 확률론적 가능성의 바다입니다. 뭐, LLM 기반이니 당연합니다. 사실, 전쟁의 상당 부분은 숫자보다는 모호한 언어와 맥락 속에 존재합니다. 적군 지도부의 사기 저하, 동맹국이 보낸 외교 전문에 담긴 미묘한 입장 차이, 복잡한 교전 수칙(ROE)의 법리적 해석, 감청된 적군의 통신에서 느껴지는 당혹감 등은 엑셀 표나 데이터베이스의 행과 열에 담을 수 없는 ‘비정형 데이터’들입니다. 구글의 제미나이는 이러한 무질서 속에서 인간만이 읽어낼 수 있었던 ‘패턴’과 ‘맥락’을 읽어냅니다.
팔란티어가 “지금 좌표 XX, YYY 지점에 적의 전차 5대가 있다”는 물리적 사실(What)을 말할 때, 구글의 AI는 “적의 전차가 왜 지금 그곳에 나타났는가”에 대한 의도(Why)를 설명할 수 있습니다. 과거 10년 치의 첩보 보고서와 적의 교리 문서를 분석하여, “이 기동은 실제 공격이라기보다는 정치적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무력 시위일 확률이 85%입니다”라고 추론해 내는 것입니다.물론 팔란티어 AIP 역시 자체 AI 모델을 통해 제한적인 추론을 수행할 수 있지만, 그 한계는 명확합니다. 전장의 모든 텍스트, 음성, 영상과 같은 방대한 비정형 데이터에 대해 일일이 온톨로지적 관계를 부여하여 구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운영의 비효율성을 초래하는 근본적인 도전 과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미 국방부는 물리적 전장을 통제하기 위해 팔란티어라는 공학자를, 인지적 전장을 해석하기 위해 구글이라는 군사전략가, 국제관계전문가, 역사학자이자 심리학자를 동시에 고용한 셈이라고 보면 비교가 될꺼 같기도 합니다.
– 닫힌 지도의 정밀함(온톨로지)과 열린 도서관의 방대함(RAG)
이러한 인식론적 차이는 정보를 저장하고 꺼내 쓰는 기억의 방식, 즉 기술적 아키텍처에서 극명하게 갈라집니다. 여기서 또다시 ‘온톨로지’와 ‘RAG’라는 AI 시대에 중요한 두 가지 기술을 비교할 수 있습니다. RAG 와 온톨로지는 사실 VS 가 아닌데, 제가 관련 글을 몇번 쓰다보니 자꾸 대비적 서사를 써나가네요.
Anyway, 팔란티어의 기억법인 온톨로지는 완벽하게 정리된 거대한 서류 캐비닛, 혹은 정밀한 디지털 지도와 같습니다. 세상의 모든 정보는 미리 정의된 칸(Schema)에 들어가야 하며, 이를 통해 데이터 간의 관계를 완벽하게 추적할 수 있습니다. 지휘관이 “이 전차 부대가 멈추면 어떤 작전에 차질이 생기는가?”라고 물었을 때, 팔란티어는 연결된 데이터 관계를 타고들어가 “3일 뒤 예정된 도하 작전이 불가능해지며, 5군단의 측면이 노출됩니다”라는 정확한 답을 내놓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치명적인 사각지대가 존재합니다. 미리 정의되지 않은 정보는 이 시스템 안에서 존재하지 않는 취급을 받습니다. 예를 들어, “최근 해당 전차부대장이 불륜(?)으로 인한 가정 불화로 인해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는 정성적이고 인간적인 정보는 온톨로지 시스템에 입력될 칸이 없습니다. 팔란티어는 기계의 상태는 알지만, 그 기계를 운용하는 인간의 상태는 모르는 셈입니다.
구글의 제미나이는 GenAI.mil 에서 RAG로 유연한 개방형 도서관을 추구합니다. 국방부 인트라넷과 클라우드에 떠다니는 수백만 건의 작전 보고서, 이메일, 정비 매뉴얼, 회의록을 벡터로 변환해 저장해 두었다가, 질문의 의미가 유사한 문서를 찾아냅니다. 이는 구조화된 데이터베이스가 할 수 없는 ‘맥락의 발견’을 가능하게 합니다. 정비병이 “전차 엔진에서 쇳소리가 나는데 원인을 모르겠다”고 입력하면, RAG는 10년 전 다른 부대의 정비병이 남긴 “비 오는 날 도하 훈련 후 흡기구에 이물질이 꼈을 때 비슷한 소음이 발생했다”는 비공식적인 메모를 찾아내 연결해 줍니다. 비록 없는 사실을 지어낼 수 있는 환각의 위험이 존재하지만, 끊임없이 생성되는 새로운 지식을 별도의 구조화 과정 없이 즉시 흡수할 수 있다는 점은 당연히 엄청난 강점입니다. 여기에 GraphRAG, Agentic RAG가 보완이 되면, 좀더 정확도를 높일 수 있을 겁니다.
– 생각하는 AI와 방아쇠를 당기는 AI
사실 GenAI.mil 도입의 가장 시급하고 광범위한 목표는 일단은 운영 효율성에 있습니다. 팔란티어가 ‘전투력’을 높인다면, 구글은 ‘인력 활용의 최적화’와 ‘운영 속도 가속화’를 담당합니다. LLM은 수천 페이지의 군사 문서 요약, 복잡한 법규 해석, 레거시 시스템의 코드 분석 및 버그 수정 등 군 인력의 인지 노동을 자동화합니다. 이는 지휘관의 의사결정 속도를 비약적으로 높여 조직 전체의 민첩성을 확보하는 전략적 역할을 수행합니다.
그리고, 좀더 나아가보면, 두 시스템의 차이는 바로 ‘의사결정의 실행 방식’과 ‘행동의 책임 소재’입니다. 엥? “팔란티어 AIP도 의사결정을 수행하지 않는가?” 라고 물어볼 수 있지만, 구글과 팔란티어가 내리는 결정의 무게와 실행 메커니즘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군사 작전에서 가장 민감한 영역인 ‘결정의 최종 책임’과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구글 제미나이를 탑재한 GenAI.mil은 본질적으로 전략적 제안자로서 ‘Soft Decision’을 담당합니다. LLM은 최고의 참모처럼 행동하며, 총을 쏘거나 물자를 옮기는 등의 물리적 실행 행위를 직접 수행하지 않습니다. 대신 방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상황을 해석하고, 창의적인 방책을 수립하여 지휘관에게 보고하죠. 그들이 제공하는 것은 “A안은 위험하지만 빠르고, B안은 안전하지만 느리다”와 같은 다각적인 시나리오 분석이며, 이는 ‘창이적인 아이디어, 창발의 영역입니다. 물리적 제약 조건을 넘어 심리전, 기만 작전, 외교적 수사 등 정형화되지 않은 창의적인 해법을 제안하는 것이 GenAI.mil의 핵심 임무일 겁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팔란티어 AIP는 작전 집행자로서 ‘Hard Decision’을 실행에 옮깁니다. AIP는 단순한 조언자가 아니라, 부관이자 통제관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AIP는 펜타곤의 무기 통제 시스템, 보급 시스템, 병참 시스템과 API로 직접 연결되어 있습니다. AIP가 지휘관에게 “B안 승인 시, 제3보급대 트럭 5대를 즉시 A지역으로 배차하고 정찰 드론 2기를 띄우며 포병 부대에 사격 제원을 전송합니다. [실행] 버튼을 누르십시오”라고 제안하는 것은 다이렉트하게 현실 세계를 변화시키는 명령입니다. AIP의 역할은 최적화(Optimization)와 집행(Execution)이며, 이 과정에서 연결된 LLM은 생성기능보다는, 팔란티어 시스템의 복잡한 기능들(Actions)을 자연어 처리하고, 자동으로 호출하는 ‘지능형 오케스트레이터’로 기능한다고 봐야합니다.
미 국방부가 팔란티어에게 이 임무를 맡긴 이유는 결국 책임 소재 때문입니다. 생성형 AI는 구조적으로 확률적으로 답하고, 때때로 ‘환각’을 일으킵니다. “왜 미사일을 쐈니?”라는 질문에 AI가 “학습 데이터상 그 단어가 나올 확률이 높아서요”라고 대답하는 것은 군사 작전에서는 법적으로나 윤리적으로 용납될 수 없죠. 하지만, 팔란티어 AIP는 센서 데이터, 온톨로지 규칙, 교전 수칙, 그리고 지휘관의 승인 코드에 의거하여 행동했다는 완벽한 감사 로그(Audit Trail)를 남깁니다. 그러니까, 펜타곤은 구글의 ‘확률적 사고’를 통해 작전의 유연성과 창의성을 확보하되, 팔란티어의 ‘결정론적 로직’을 통해 통제된 행동과 법적 책임 소재를 확보하는 이중 안전장치를 구축한 것이라고 봐야할거 같습니다.
– 플랫폼 스테이트와 벤더 종속 탈피 전략
그리고,이러한 기술적, 작전적 논의를 넘어, GenAI.mil 도입 결정은 미국의 기본적인 AI 국가 전략, 즉 AI 주권(Sovereign AI)과 벤더 종속 탈피라는 정치공학적 전략이 투영된 결과이기도 합니다.
왜 또 소버린AI 얘기햐나고 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미 국방부는 과거 록히드마틴이나 보잉 같은 거대 방산 기업들에게 휘둘리며 특정 벤더에 종속되었던 좀 고통스러운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시대로 전환되면서 팔란티어가 또 다른 ‘데이터 독점 제국’이 되는 것을 펜타곤은 극도로 경계하고 있습니다. GenAI.mil의 도입은 팔란티어에 대한 가장 강력한 견제구입니다. 국방부 CDAO(최고 디지털 및 인공지능 부서)는 “데이터는 국방부의 것이며, 기업은 그 위에서 기능(App)만 제공하라”는 원칙, 즉 ‘플랫폼 스테이트(Platform State)’ 모델을 확고히 하고 있죠.
이러한 전략은 데이터 메시(Data Mesh) 아키텍처와 모듈러 개방형 시스템 접근(MOSA) 전략으로 구체화됩니다. 국방부의 모든 육·해·공군 데이터를 표준화된 데이터 메시로 통합한 후, 그 위에 언제든지 AI 모델을 레고 블록처럼 교체할 수 있는 유연한 환경을 조성하려는 것입니다. (디플정에서 우리도 이런걸 하려고 했습니다……) GenAI.mil 는이 플랫폼 위에 올라선 첫 번째 LLM(아마 계속 올라올거라고 봅니다. 미 정부가 계약한 클로드, ChatGPT 등, 다만 구글이 모든 생태계를 가지고 있으니 더 유리하겠지만요)으로서, 팔란티어의 독주를 막고 다양한 AI 기업들이 경쟁하게 만드는 시발점이 될겁니다. 팔란티어의 분석 엔진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데이터는 그대로 둔 채 분석 엔진만 다른 것으로 바꿀 수 있고, 구글 제미나이보다 더 나은 모델이 나오면 즉시 갈아끼울 수 있는 ‘기술적 유연성’을 확보하려는 것이 펜타곤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봅니다. 팔란티어가 지금은 전쟁의 물리적 정밀성에서 최고 강자겠지만, LLM이 등장했을때, 환각문제들이 RAG를 통해 보완되어 가는 기술적 과정, 그리고 GraphRAG를 통해 관계와 속성이 반영되고, 또 Agentic RAG 가 나오면서 Instructor-Worker 구조로 복잡다단한 작업들도 체계적 수행이 가능해졌습니다.
– CJADC2의 완성
그런데, 결국 이 모든 논의는 미군의 미래 전쟁 구상인 CJADC2 (Combined Joint All-Domain Command and Control, 합동전영역지휘통제)의 완성이라는 목표로 귀결됩니다. 미군의 모든 센서와 사수(Shooter)를 하나의 초지능 신경망으로 연결하는 이 구상에서, GenAI.mil과 팔란티어 AIP는 서로의 결점을 보완하는 퍼즐 조각으로 기능할겁니다.
미래 전장의 지휘 통제 프로세스는 두 개(앞으로는 더 많이)의 AI 두뇌를 거치며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속도와 정확성을 갖게 될 것입니다. 위성과 드론이 수집한 방대한 데이터를 팔란티어의 온톨로지가 실시간으로 연결하고 분석하여 위협을 감지하면, GenAI.mil이 적의 정치적 의도와 전략적 맥락을 해석하고, 창의적인 대응 시나리오를 생성하여 상황을 판단하고 방책을 수립하면, 지휘관이 최적의 시나리오를 선택하고, 팔란티어 AIP가 가용 자원을 계산하여 최적의 타격 순서와 물류 동선을 제안하고, 인간의 최종 승인 하에 무기 체계에 명령을 전송하여 작전을 집행하는 그런 구조가 될수 있습니다.
미국이 자국의 기술임에도 이처럼 다층적으로 분리된, 그리고 연결되는 전략을 펼치는 점에서 우리가 어떤 교훈을 얻어야 하나 생각해보면, 결국 요즘 AI 트랜드와 직결되네요. 단일 모델, 똑똑한 모델 중심의 경쟁에서 생태계 경쟁으로 바뀌고 있는 AI 씬에서, 진정한 AI 혁신은 가장 똑똑한 모델 하나를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성격의 지능, 즉 냉철한 논리 기반의 지능과 유연한 언어 기반의 지능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연결하여 시너지를 창출하는 오케스트레이션 능력에서 나온다는 것입니다.
팔란티어라는 ‘차가운 이성의 칼’과 구글이라는 ‘유연한 지성의 방패’를 동시에 쥔 미국은 지금 인류 역사상 가장 지능적이며 통제된 군대를 만들어가고 있는겁니다. 그래서, 펜타곤의 AI 이중 전략을 그냥 기술 도입 이상으로 국가전략으로 봐야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