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대AI’ 탈락 = 실패 아냐 … 승자독식은 산업 역동성 발목 잡아

정부가 추진 중인 ‘독자 인공지능(AI)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에서 1차 평가 결과가 발표된 이후 평가 기준과 정책 방향을 둘러싼 업계의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네이버클라우드와 NC AI 컨소시엄이 탈락하고 LG AI연구원·SK텔레콤·업스테이지가 다음 단계로 진출한 가운데, 최근 매일경제와 만난 이승현 포티투마루 부사장은 “지금 드러난 혼선은 기술 성능이 아니라 경쟁 구조에서 비롯된 문제”라고 진단했다.

이 부사장은 “이번 사업에 참여한 팀들은 짧은 시간 안에 각자의 방식으로 글로벌 모델과 비교 가능한 결과물을 만들어냈다”며 “그럼에도 탈락 여부로 팀의 성과와 역량이 단순 평가되는 구조는 산업 전체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독자 AI 논의가 기술 경쟁을 넘어 정책 프레임 전반에 대한 질문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했다.

이 부사장은 대통령직속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에서 4년간 인공지능플랫폼혁신국장을 지내며 공공 AI 전략을 설계·집행한 AI 전략·정책 전문가다.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 역시 그의 재직 시절 시작된 정책 중 하나다.

그는 “공공 AI 정책을 설계했던 입장에서 보면 지금 상황은 기술적 우열보다 선별 방식이 만들어낸 구조적 긴장에 가깝다”고 말했다.

그는 선별 중심 정책에서 ‘육성 중심 전략’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부사장은 “해외에서는 한 번의 탈락으로 끝나는 구조를 거의 찾기 어렵다”면서 “여러 트랙에서 경쟁과 검증을 이어가며 각 팀의 강점을 키우는 방식이 훨씬 건강하다”고 말했다. 이어 “상위 두 개 기업, 이른바 ‘톱2’만 남기는 방식은 단기적 관리에는 편할 수 있지만 산업 전체의 역동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소버린 AI를 둘러싼 논의에 대해서도 그는 기준의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소버린 AI는 모든 것을 자체 모델로만 해결하자는 접근이 아니다”며 “어떤 영역에서 소버린이 필요하고, 어떤 영역에서는 글로벌 모델을 활용할 수 있는지를 구분하는 원칙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공공 영역에서는 정보 민감도에 따라 활용 기준이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부사장은 소버린 AI의 핵심을 ‘통제 가능성’에서 찾았다. 그는 “오픈소스 아키텍처를 참고한다고 해서 특정 국가에 종속되는 것은 아니다”며 “AI가 어떤 데이터로 학습됐고 파악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블랙박스 없이 수정·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중치를 처음부터 자체적으로 학습했는지가 소버린 AI를 가르는 기준”이라며 “그 과정과 결과를 개발자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그는 소버린 AI 등급 체계인 ‘T-클래스 2.0’을 직접 개발해 공개했다. 설계 코드, 가중치, 데이터 기원을 기준으로 AI 모델을 단계화한 이 체계는 국산 AI 여부를 둘러싼 논의를 보다 구조적으로 정리하기 위한 시도다.

그는 “명확한 기준이 없으니 불필요한 해석과 감정적 논쟁이 반복됐다”며 “최소한의 공통 기준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공공과 산업 전반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AI 전환에 대해서는 여전히 구조적 병목이 크다고 봤다. 그는 “공공 인공지능 전환(AX)의 출발점은 클라우드”라며 “현재의 공공 클라우드 구조로는 민간의 최신 AI 기술을 신속하게 이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예비타당성조사와 정보화 전략 계획, 입찰로 이어지는 예산 구조 역시 AI 시대의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의 시선은 이미 다음 단계로 향해 있다. 그는 “대규모언어모델(LLM) 이후 AI 경쟁은 ‘피지컬 AI’와 ‘월드 모델’로 이동할 것”이라며 “제조 데이터와 로봇, 디지털 트윈을 결합할 수 있는 국가는 많지 않은데, 제조 기반을 갖춘 한국은 이 영역에서 구조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민간으로 자리를 옮긴 이유에 대해 그는 “공공에서 설계한 정책이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는지를 증명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AI 강국은 선언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며 “국민이 체감하는 서비스와 산업 현장에서 결과로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대기 기자]

기사 원문 :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9/0005627428?sid=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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