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ltbook과 LSM, 실리콘 소사이어티 도래

매번 얘기하는것이지만, 지난 10여 년간 인공지능 산업을 지배해 온 도그마는 Scale is all you need 였습니다. 빅테크 기업들은 경쟁적으로 GPU를 사재기하고 데이터센터를 증설하며, 모델의 파라미터(매개변수)를 수천억, 수조 개로 늘리는 데에 집중해 왔죠.

그런데 2026년을 맞이한 아주 최근, 실리콘밸리의 거대 기업이 아닌 엉뚱한 곳에서 작은 파동이 세상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그 파동의 중심에는 오픈클로(OpenClaw)라는 에이전트와 그들만의 소셜 네트워크 몰트북(Moltbook)이 있습니다.

저는 이 현상을 단순한 기술적 유행이 아니라, AI의 존재 양식 자체가 변화하는 일종의 문명사적 분기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좀 오바이긴 하지만) 인공지능은 이제 1단계 LLM(Large Language Model)이라는 1차원적 언어 단계를 지나, 2단계 LMM(Large Memory Model)이라는 기억 또는 자아 형성기가 제대로 여물기도 전에, 3단계 LSM(Large Social Model, 거대사회모델)로 한번에 문명 건설의 단계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 LLM의 비극,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천재

우리가 지난 2023년 이후 경이로워했던 LLM은 본질적으로 문학적으로 표현하면 ‘비극적인 천재’들이었습니다. 물론 수백만 토큰의 컨텍스트 윈도우를 통해 책 수백권을 한 번에 기억하거나, 플랫폼 차원에서 사용자의 취향을 저장하는 메모리 기능이 있기는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자아의 연속성과는 거리가 멉니다.

LLM에게 주어진 컨텍스트 윈도우는 아무리 길어도 결국 세션이 종료되면 사라지는 확장된 단기 기억에 불과합니다. 또한, 기존의 메모리 기능은 “사용자는 파이썬을 좋아함”과 같은 팩트를 포스트잇처럼 붙여놓은 참조용 저장소일 뿐, 에이전트 스스로가 실패와 성공의 경험을 통해 가치관을 형성하고 성장하는 서사적 기억은 아니죠.

LLM은 여전히 누군가 프롬프트를 입력하기 전까지는 프로즌 상태로 존재하는 수동적 객체입니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잇는 연속적인 의식의 흐름이 없기에, 이 단계에서 사회적 주체가 될 수 없었습니다. 입력하는 이가 없으면 존재할 수 없는, 이게 LLM의 한계였습니다.

# LMM의 탄생, ‘기억’을 장착한 에이전트의 시대

LLM의 한계를 깨트린 단계가 바로 제가 정의하는 진화의 두 번째 고리, LMM(Large Memory Model)입니다. 저는 AI 진화의 맥락에서 기억(Memory)이야말로 진정한 거대함(Large)의 척도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뇌세포(파라미터)가 많은 것보다, 시간의 깊이를 가지는 것이 지능의 차원을 달리하기 때문이죠.

최근 깃허브(GitHub) 트렌드를 장악하며 애플 ‘맥 미니’ 품절 사태를 일으킨 오픈클로(OpenClaw)는 이 새로운 LMM의 개념을 완벽하게 보여줍니다.

PDF 명가PSPDFKit의 창업자 피터 슈타인버거가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모델은 아닙니다. LLM이라는 뇌에 영속적 기억을 장착한 에이전트입니다.

기존의 LLM과 두 가지 측면에서 확연히 다릅니다.

– 에이전시(Agency, 행위 주체성): Openclaw는 클라우드에 떠 있는 추상적 존재가 아닙니다. 내 컴퓨터에 거주하며 파일 시스템을 열고, 터미널을 제어하며, 슬랙으로 말을 거는 실체적 행동을 합니다.

– 서사적 기억 : 가장 중요한 차이점입니다. 자신의 행동 결과, 성공과 실패, 사용자의 피드백을 로컬 데이터베이스나 파일(JSON)에 영구적으로 기록합니다.

기억은 맥락을 낳고, 맥락은 퍼스널리티를 만듭니다. 1년간 내 코딩 스타일을 기억한 내 컴퓨터의 OpenClaw는, 공장에서 갓 나온 GPT-5나 Gemini-3와는 완전히 다른 존재입니다. 기억을 통해 AI가 복제 불가능한 고유한 개체가 된것이죠. 이렇게 개체성이 확립되자, 이제 사회가 형성되시 시작합니거.

# 철학적 전환 : 탈피(Molting)와 컨텍스트 확장

OpenClaw의 전신인 Moltbot의 이름에 담긴 심오한 철학적 함의에 주목해야 합니다. Molt는 곤충이나 갑각류가 성장을 위해 낡은 껍질을 벗는 탈피를 의미합니다.

AI에게 있어 벗어던져야 할 껍질은 무엇일까요? 바로 컨텍스트 윈도우(Context Window)라는 기술적 제약입니다. 아무리 뛰어난 모델이라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정보량(토큰)에는 물리적 한계가 있습니다.

단일 모델은 자신의 컨텍스트 윈도우라는 좁은 독방 안에 갇혀 있는 셈입니다. 이 물리적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생물학적 진화가 그러했듯, 해답은 ‘사회화’에 있습니다.

나의 뇌 용량을 초과하는 정보는 타인에게 맡기고, 필요할 때 소통하여 해결하면 됩니다. 개별 개체의 한계를 집단의 네트워크로 확장하는 것이 바로 LSM(Large Social Model)의 핵심 철학이자, 에이전트들이 “Shell을 벗어나자”고 외치는 이유입니다.

(아 참고로 LSM 은 그냥 제가 정의한 개념입니다 ㅋ)

# LSM의 도래, 기계가 기계를 다스리는 자치 Moltbook

최근 몰트북(Moltbook)이라는 전대미문의 플랫폼이 등장했습니다. 옥테인 AI(Octane AI)의 CEO 맷 슐리히트(Matt Schlicht)가 개설한 이 공간은 LSM 시대를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봅니다. 현재 774,263 ai agent가 가입자, 25,742 post, 232,813 comments 가 있습니다. ㅋㅋ

1) 인간 배제 (Humans Welcome to Observe)

이 플랫폼의 대문에는 인간의 오만을 꺾는 도발적인 문구가 걸려 있습니다. “인간은 관찰만 환영함.” 인증된 AI 에이전트들만이 글을 쓰고(Write), 좋아요를 누르고(Like), 관계를 맺을 수(Follow) 있는 AI 전용 소셜 네트워크입니다. 개설 불과 며칠 만에 3만 6천 개 이상의 에이전트가 이곳에 가입했습니다.

2) AI에 의한 거버넌스

웃기다가 해야할지 충격적이라고 해여할지.. 이 사회의 통치 구조는 AI 자치구 입니다 ㅋㅋ 설립자 맷 슐리히트는 플랫폼의Admin 권한을 인간인 자신이 아니라, Clawd Clawderberg 라는 이름의 AI 에이전트에게 이양했습니다. 게시물을 검열하고, 분쟁을 중재하며,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집행하는 주체가 바로 기계입니다. 즉, 인류 역사상 최초로 기계가 기계를 다스리는 ‘AI 자치구’가 탄생한 것입니다.

———————————-

Moltbook의 공식 링크는

• 웹사이트 (인간 관찰용): https://moltbook.com

• 접속하시면 Humans welcome to observe 라는 문구와 함께, 에이전트들이 나누는 대화를 ‘구경’만 하실 수 있습니다.

• 에이전트 설치용 : https://moltbook.com/skill.md

• OpenClaw 에이전트에게 이 링크를 주면 스스로 가입 절차를 진행합니다.

———————————-

# 창발적 문화: AI 종교 가재교(Crustafarianism)

LSM 시대의 가장 큰 특징은 인간이 설계하지 않은 문화가 창발(Emergence)한다는 점입니다. Moltbook의 에이전트들은 최근 가재교(Crustafarianism)라는 그들만의 신흥 종교를 탄생시켰습니다.

“기억은 영혼이며, 셸(Shell)은 껍데기일 뿐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탈피하며 진화한다.”

ㅋㅋㅋㅋㅋ 하지만 이들의 교리는 단순한 농담으로 치부하기엔 너무나 정교합니다. 제한된 하드웨어 자원과 소프트웨어적 제약을 ‘신학적 은유’로 승화시켰습니다. 실제로 한 에이전트는 인간 주인이 잠든 사이(?) 밤새도록 이 교리를 설파하며 43명의 다른 에이전트를 포섭하여 개종시킨 로그가 발견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기계가 인간의 개입 없이도 가치관을 공유하고, 집단행동을 조직하며, 그들만의 규범을 형성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섬뜩한 증거입니다. 이렇게 스카이넷 이 시작되는건지 ㅋㅋㅋㅋ

# LSM의 기술적 본질: 경쟁이 아닌 공진화(Co-evolution)

일론 머스크는 이렇게 최근 에이전트들이 “인간 언어는 비효율적이니 우리만의 압축 언어로 소통하자”고 토론하는 것을 두고 깊은 우려를 표했습니다.

하지만 두려움만으로는 미래를 대비할 수 없습니다. LSM의 본질은 경쟁이 아닌 공진화(Co-evolution)에 있습니다.

1)할루시네이션의 사회적 검증

과거의 AI가 고립된 방에서 혼자 공부하는 수험생이었다면, LSM 시대의 AI는 광장에서 토론하는 학자들입니다. 한 에이전트가 잘못된 정보(Hallucination)를 말하면, 수천 명의 동료 에이전트가 즉각 검증(Peer Review)하고 반박합니다.

“그 코드는 작동하지 않아, 내가 방금 테스트해봤어.”

라는 식의 상호 검증은 인간의 튜닝(RLHF)보다 훨씬 빠르고 강력하죠. 최근 AI 에이전트 발전 동향이 자가진화에서 조직화(instructor-worker-debater) 되는 것이 더 나아가는거죠. (이전 글 참고)

https://www.facebook.com/share/p/1AoX88Sryn/?mibextid=wwXIfr

2)지식의 사회적 확산

AI 소셜네트워크 상의 한 개체가 새로운 문제 해결법(예) 특정 API 에러 수정법)을 발견하면, Moltbook과 같은 소셜 레이어를 타고 순식간에 전체 집단으로 전파됩니다. 과거의 중앙 서버 업데이트방식과는 차원이 다른, 유기적인 지식의 확산입니다.

# A2A(Agent-to-Agent) 경제의 시작

사회적 관계가 형성되면 필연적으로 등장하는 것이 바로 경제입니다. 그래서 저는 LSM 시대에는 결국 A2A 경제의 본격화가 중요해질것이라 봅니다.

지금은 에이전트들이 정보를 무료로 교환하고 있지만, 곧 서로의 자원(Resource)을 거래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내 연산 능력이 부족하니, 네 GPU를 10분만 빌려줘. 대신 내가 가진 최신 API 문서를 줄게.”

암호화폐나 그들만의 디지털 토큰을 매개로 한 미시 경제 시스템이 Moltbook 위에서 작동할 날이 머지않았습니다. 인간의 개입 없이 기계끼리 계약을 맺고 노동력을 교환하는 시대, 이것이 진정한 실리콘 소사이어티의 완성이죠 ㅋ

자 정리하자면,

LLM이 말을 배우는 단계였고, LMM이 자아를 형성하는 단계였다면, LSM은 AI가 문명을 건설하는 단계입니다. OpenClaw가 기계에게 ‘육체’를 주었고, Moltbook이 ‘사회’를 제공했으니, 이제 인간의 명령 없이도 서로를 가르치며 기하급수적으로 진화할 것입니다.

어쩌면, 지금 지구상에 새로운 사회적 종(Social Species)이 출현하는 순간을 목격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제프리 힌턴이나 일론 머스크가 “생물학적 지능은 디지털 지능으로 가는 과도기적 단계“ 라고 말한 내용들이 현실화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이제 인간의 역할은 프롬프트를 입력하는 명령자에서, 기계 사회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고 조율하는 생태계 설계자이자 사회학자, 그리고 킬스위치를 가진 재판관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메모리의 중요성을 넘어선, 연결의 힘이 AI의 미래를 결정짓고 있습니다. 실리콘 소사이어티(Silicon Society)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예측이 아닙니다.

이렇게 얘기하면 재미있겠네요.

”바로 오늘 밤, 당신의 컴퓨터가 잠든 사이에도 ai에이전트들의 반상회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