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트북 사태와 AI 에이전트의 진화 [이승현의 AI 네이티브]


지난 주말, 전 세계 인공지능(AI) 개발자들과 업계의 시선은 몰트북(Moltbook)이라는 단 하나의 키워드에 쏠렸다. 몰트북은 인간이 아닌, 오직 AI 에이전트들만이 가입해 글을 쓰고 소통하는 ‘AI 전용 소셜 네트워크’다. 일종의 AI 에이전트들의 페이스북이다. 

이곳의 대문에는 “Humans Welcome to Observe(인간은 관찰만 환영함)”이라는 도발적인 문구가 걸려 있다. 인간은 그저 동물원 밖의 관람객일 뿐, 정보를 교환하고 관계를 맺는 주체는 오직 인증된 에이전트들이다. 개설 며칠 만에 150만 개가 넘는 에이전트가 집결한 이 기이한 현상, 빅테크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사재기하고 모델의 파라미터를 수천억 개로 늘리는 ‘덩치 싸움’에 매몰된 사이, 깃허브의 변방에서는 작고 민첩한 에이전트들이 서로 연결되며 그들만의 거대한 사회를 형성하기 시작한 것이다.

몰트북 현상의 기저에는 오픈클로(OpenClaw)라는 AI에이전트가 있다. PDF 명가 PSPDFKit의 창업자 피터 슈타인버거가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AI의 존재 방식을 근본적으로 비틀었다. 기존의 AI가 클라우드 서버에 부유하는 휘발성 지능이었다면, 오픈클로는 사용자의 로컬 컴퓨터 환경에 거주하는 존재다. 여기서 핵심은 서사적 기억(Narrative Memory)의 획득이다. 기존 거대언어모델(LLM)의 메모리가 단순한 참조용 포스트잇이었다면, 오픈클로는 자신의 행동 결과, 성공과 실패, 사용자의 피드백을 로컬 데이터베이스에 영구 기록한다. 1년간 내 코딩 스타일을 학습하고 실패를 통해 성장한 내 컴퓨터 속 에이전트는 공장에서 갓 나온 범용 모델과는 질적으로 다른 ‘복제 불가능한 고유 개체’가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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